영물(靈物)로서의 고려인삼 문화

 

금산지역에서 인삼이 처음 재배되었다는 진악산은 노령산맥의 준령(峻嶺)들에 둘러 싸인 골이 깊은 산이다. 금산지역 사람들은 금산분지(盆地)를 내려다보면서 유구한 역사를 지켜온 영산(靈山)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을 정도로 진악산은 금산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다. 또한 진악산에는 기우제나 인삼제를 올리는 제단(祭壇)이 있고 천년고찰인 보석사가 있어 이 산이 신령스럽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산인삼도 이러한 진악산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받아 이곳에서 처음 재배되었다고 한다.

진악산에는 개삼(開蔘)터가 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1500년 전 강처사라는 선비가 부친을 여의고 모친마저 병이 들어 자리에 눕자 진악산 관음굴에서 정성을 들여 모친의 쾌유를 빌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꿈에서 산신령이 나타나 “관음봉 암벽에 가면 빨간 열매 3개 달린 식물이 있을 것이니 그 뿌리를 달여 어머니에게 드려라” 는 계시가 있었다. 그 곳을 찾아가니 산신령이 말한 식물이 있어 그 뿌리를 캐어 어머니에게 달여 드리니 어머니의 병환이 완쾌되었다고 한다. 그 후 강처사는 그 식물의 씨앗을 관음봉 아래 개삼터에 심었는데 이것이 인위적인 금산지역 인삼재배의 시초라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금산지역 사람들은 인삼을 일반적인 작물이 아니라 영물(靈物: a spiritual being)로 여기고 있기에 오랜 기간동안 인삼농업과 관련된 전통놀이, 전통음식, 축제 등의 전통문화를 계승해 오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삼장제’, ‘송계지게놀이’, ‘탑제’ 등이 있다.

 

구분 인삼농업과 관련 지역
송계지게놀이 인삼 예정지에 필요한 천연 퇴비 모으는 공동 작업 금산군 군북면 산안리
삼장제 인삼농업의 풍년을 기원 금산군 일원
탑제 인삼농업뿐만 아니라 모든 농업의 풍년을 기원 금산군 금산읍 양지리
금산군 추부면 신평리
개삼제 인삼의 시배지에서 열리는 전통 의식 금산군 남이면 성곡리
물페기농요 논농업과 관련된 전통 의식 금산군 부리면 평촌2리
농바우끄시기 가뭄 시 비를 내려달라고 기원하는 전통 의식 금산군 부리면 어재리

 

송계지게놀이

금산지역에서는 18세기부터 겨울철 땔감과 벼, 인삼의 비료를 수급하기 위해 마을별로 송계 (松契)47)를 조직하였는데 19세기 말에는 이러한 송계가 156개나 존재했다고 한다. 송계조직 은 각 농가에서 나온 ‘초군’, 각 마을을 대표하는 ‘총각대방’, 그리고 각 송계를 대표하는 ‘대 방’ 또는 ‘원대방’ 으로 구성되었다.

송계지게놀이는 벼와 인삼을 식재하기 전 경작지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퇴비를 준비할 때 하던 놀이이다. 이 놀이는 각 마을별로 풀을 베어 퇴비를 만들 때 행해지는 금산지역의 중 요한 농촌문화이다. 인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비료가 필요한데 옛날에는 화학비 료가 없었기 때문에 산과 들에서 벤 풀과 잡목을 이용해 천연비료(퇴비)를 만들었다. 이러한 천연비료를 인삼을 심기 전 밭에 뿌리고 뒤집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 인삼밭을 비옥하게 만 들었던 것이다.

이 놀이는 1980년대 이후 농촌인구의 과소화로 한때 중단되기도 했지만 금산문화원에서 2000년에 금산의 새로운 민속놀이로 복원하였다. 또한 2001년에는 송계지게놀이보존회를 조직하여 매년 비단고을산꽃축제와 금산인삼축제를 통하여 전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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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 송계지게놀이 모습>

 

삼장제

금산지역 인삼농가에서는 인삼 새싹이 자라기 시작하는 5월 중순이 되면 인삼밭을 깨끗이 청소하고 인삼농업의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 풍습이 있는데 이것을 ‘삼장제’라 한다. 삼장제 유래에 대한 기록이 없어 언제부터 행해져 왔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금산지역 인삼농가에서는 예로부터 대대로 행해 왔다고 한다. 삼장제를 지내는 날 저녁에 돼지머리, 떡, 술 등을 제물로 준비하고 산신령에게 재배(再拜: bow twice)를 올린다. 특징은 삼장제를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형식이 아니라, 인삼을 재배하는 농가마다 개인적 행사로 해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인삼농업은 보통 개별 농가단위로 이루어지며 인삼재배지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장제를 행하는 시기에 궂은일48)을 당하거나 본 사람은 삼장밭(인삼밭)에 절대로 가지 않았으며 삼장밭 주인이 죽으면 삼장포에 부고를 내어 주인의 죽음을 알리기도 하였다.

 

 

탑제

금산지역 대부분의 마을에는 돌을 산봉우리처럼 쌓아올린 돌탑이 존재한다. 언제부터 탑을 모시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과거부터 마을이 잘 되고 아무 탈이 없게 해달라는 의미로 쌓은 것이다.

매년 1월 3일(음력)에 돌탑을 모시는 ‘탑제’ 라는 마을 전통행사가 열리는데 그 목적은 마을의 안녕과 인삼농업을 비롯한 농업의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다. 탑제를 모시기 전에 초상 등 마을에서 부정한 일이 생기면 다음 달로 연기하는데 최근에는 일일이 부정을 가릴 수 없어 정해진 1월 3일에 탑제를 올린다.

탑제는 날이 저무는 저녁 6시경에 거행된다. 제관은 돼지머리, 떡, 과일 등의 제물을 준비해 가지고 탑이 있는 곳으로 간다. 부정하지 않은 사람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어 탑제가 열리는 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을 주민 모두가 참석하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제관은 축문을 읽고 참석한 마을사람들은 재배를 올린다. 탑제를 마치면 마을 주민들은 한 자리에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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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산지역 탑제의 모습>

 

개삼제

앞서 설명했듯이 금산군은 강처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83년 7월부터 현재의 성곡리 개삼터에 개삼각과 강처사가 살던 고택을 재현한 건물에서 매년 금산인삼축제 개막일 하루 전에 금산인삼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성공을 기원하면서 개삼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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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삼제 모습>

 

협업을 통한 인삼농업

전통적으로 인삼농업은 기술 수준이 높고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 마을에서도 인삼농업을 하는 인삼농가는 약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삼농업은 예정지 관리부터 수확까지 여러 단계로 진행되며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에 마을 주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의 농촌에는 전통적으로 노동력을 교환하여 서로 돕는 ‘품앗이’ 라는 것이 있는데 금산지역 인삼농가들 사이에도 오래 전부터 품앗이 형태로 인삼농업을 해 왔다. 예를 들어 인삼재배지 해가림시설 설치, 묘삼 이식, 인삼 수확, 수확 후 인삼 손질(깎기, 말리기)을 할 때 마을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전통을 현재까지도 유지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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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을 통한 인삼농업>

 

금산 물페기농요

금산지역에는 인삼농업과 관련된 전통의식뿐만 아니라 논농업과 관련된 것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금산 물페기농요’이다. ‘물페기농요’는 농민들이 농사일을 하면서 부르는 구전농요(農謠)로 금산군 부리면 물페기마을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오고 있으며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16호 지정되어 있다.

 

 

논농사의 시작부터 수확까지의 과정을 노래와 동작으로 표현한 ‘물페기농요’는 땅의신(神)에게 제례를 올리는 토신고사(土神古祠), 모심는 소리, 논두렁밟기, 논두렁고치기, 방아소리 등으로 구성된다. 평야와 산간지대의 소리(노래)가 결합된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물페기농요’는 1991년 한국민속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금산농바우끄시기

‘금산농바우끄시기’는 금산군 어재리에서 전승되는 공동놀이이다. 이 공동놀이는 가뭄이 심해 농사를 질 수 없을 때 신(神)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기원하는 기우제(祈雨 第)의식을 지니고 있다. ‘금산농바우끄시기’는 여러 놀이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물병매기’이다. ‘물병매기’는 가뭄 시 부녀자들이 물병을 이고 강가 에 가서 물을 담아 집으로 돌아와 대문에 물병을 거꾸로 매달아 놓은 후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부정을 예방하는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