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전통인삼 농업시스템은 15세기 전후 산속에서 자생하던 야생인삼을 인공재배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구축되었다. 이는 선인들의 경험과 지혜가 약 500년 동안 축적된 전통적 지식체계의 결정체이다.

야생인삼은 기후, 토양, 일조량 등 여러 조건들이 모두 맞아야 생육되는 무척 까다로운 작물이기에 인공재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금산지역 선인들은 인삼의 인공재배를 위해 울창한 산속의 야생인삼 재배지 환경을 해발 200~400m의 구릉지로 옮겨왔다. 또한, 산림 속 나무에 의해 자연 차광된 야생인삼의 생육 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짚, 풀, 나무 등 자연소재를 활용하여 인위적인 해가림 시설을 고안하였다. 그리고 지속적인 인삼재배를 위해서는 재배했던 인삼밭의 지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한 요소인데, 옛 선인들은 장기간 동안 휴경과 다른 작물로 윤작하는 방법을 택하였으며 현재도 변함없이 그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 한 선인들의 경험과 지혜가 오늘날까지 축적, 계승되어 오고 있다.

금산전통인삼 농업시스템의 특징은 ‘자연친화적 순환식 이동농법’, ‘향(向)과 바람(風)의 순환’을 중시하는 해가림 농법 및 지속가능한 인삼농업을 위한 자연과 인간의 공생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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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친화적 순환식 이동농업 계승

금산지역에서 인삼의 인공재배가 시작된 후 약 500년간 인삼농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長기간(10~15년)의 사이클에 의해 지속가능한 토지이용 방식인 '순환식 이동농법'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한 번 인삼을 재배한 곳은 이후 10~15년간 휴경과 타 작물로 윤작하여 스스로 지력이 충분히 회복되도록 한다. 다시 말해 속성(速成) 지력 회복 방법인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힘과 인삼 농가의 기다림에 의해 새로운 인삼재배지로 복원(회복)되는 것이다. 또한, 인삼재배 후 인삼재배지는 인삼에 해가 되는 병균들이 집적되어 있어 연속적인 인삼재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작물로 10년 이상 윤작하면 인삼에 해가 되는 병충해는 소멸하여 인삼 재배가 가능한 토양 환경으로 회복된다.

인삼농업이 10~15년간의 휴경과 윤작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선인들이 수백 년 동안 여러번 반복 하면서 어렵게 터득한 경험에 의한 지식이다. 이러한 장기간의 휴경과 윤작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기다림의 농업’이며 독특한 토지이용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력을 회복하는 방법으로는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방법이 있다. 이 가운데 금산지역 선인들이 선택한 일정 기간의 휴경은 생물학적 방법으로 지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일정 기간의 휴경에 의해 토양 속은 다양한 미생물이 생존하게 되며 그 숫자도 늘어난다. 토양속의 미생물이 매개가 되어 유기물을 토양 속의 다종다양한 생물의 순환이 유지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력이 회복되는 원리이다.

인삼재배를 위해서는 지력 회복이 가장 중요하기에 장기간의 휴경과 윤작만으로는 부족하여 어느 정도 지력이 회복된 농지는 실제 재배에 앞서 반드시 예정지관리를 약 2년 동안 한다. 인삼은 한 번 심으면 수확할 때까지 한 장소에서 4~6년간 생육하기 때문에 인삼을 심기 전에 인삼 생육에 적합한 토양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이것을 인삼재배지의 ‘예정지 관리(preplanting field management)’ 라 한다. 요약하면 휴경과 윤작단계는 생물학적 회복이며, 예정지관리단계는 토양 물리학, 화학적 회복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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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재배 공간이 어떻게 순환되어 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금산지역 전역(全域)을 대상으로 2008년~2015년 촬영된 위성사진12)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상기에서 설명한 ‘순환식 이동농업시스템’이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이처럼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순환식 이동농업시스템’ 은 금산지역 내 적어도 100여 곳이 된다

이처럼 인삼재배는 재배지⇒휴경+윤작지⇒예정지⇒재배지 순으로 장기간의 사이클을 유지하며 공간을 이동하는 ‘경작지의 윤작(rotation of fields)시스템’ 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순환식 이동농법이 500년이라는 인삼농업 역사를 지탱해 왔으며 향후 인삼농업의 지속성을 담보해 주는 핵심요인이다. 지속가능한 토지이용 방식인 순환식 이동농법은 타 지역, 타 국가에서도 유익한 농법으로 이용될 만한 가치 있는 시스템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 인삼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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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向)과 바람(風)의 순환’을 중시하는 해가림 농법

약 500년 전 인삼의 인공재배가 성공한 가장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해가림 농법의 창안이었다. 당시 인삼의 인공재배를 위해 울창한 산속의 야생인삼 재배지 환경을 해발 200~400m의 구릉지로 옮겨왔다. 또한 산속의 나무에 의해 자연 차광된 야생인삼의 생육 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짚, 풀, 나무 등 자연소재를 활용하여 인위적인 해가림 시설을 고안하게 된것이다. 1778년에 편찬된 영조실록(英祖實錄)에는 해가림 시설에 의한 재배법이 개발되어 인삼의 인공재배가 보편화되었다는 기록이 있다14). 500년 이상 계승되어 온 해가림 농법은 일부 자재의 원료가 변화되어 왔을 뿐 해가림 시설의 기본 원리와 구조(높이, 모양 등)는 현재까 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계승되어 온 인삼재배지 해가림 농법의 핵심은 ‘경작지의 향과 바람의 순환’이다. 인삼재배지의 향15)은 가능한 북향 또는 북동향으로 하는데, 그 이유는 인삼은 음지성 식물이라 직사광선을 피해야 하고 여름철 고온기에 햇빛을 적게 받게끔 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방향은 남향이고, 오후 뜨거운 햇빛을 많이 받는 방향은 서향이다. 그래서 인삼재배지는 이와 반대로 햇빛을 가장 적게 받는 북향과 오전에 서늘한 햇빛을 많이 받는 동향으로 하는 것이다.

인삼재배지의 방향을 북향 또는 북동향으로 하면 인삼 생육 환경에 맞게끔 일조량이 조절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름철 고온기에 인삼재배지(해가림 시설 안)의 기온 상승을 억제해 주는 역할도 한다. 그 이유는 여름철 낮 시간 동안 바람이 산의 아래 골짜기에서부터 산 정상 방향으로 불기 때문에 해가림 시설 내부의 바람 순환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해가림 시설의 입구와 출구 폭 크기를 달리한다. 즉 해가림 시설의 폭이 넓은 입구 방향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폭이 좁은 출구 방향으로 바람이 나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트기류(jet steam)16)가 형성되면서 후면까지 바람이 원활하게 통과한다. 이로 인해 여름철 해가림시설 내의 온도상승17)을 자연적으로 억제시키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인삼농업을 위한 자연과 인간의 공생시스템 보유

노령산맥과 금강의 지류가 둘러싸고 있는 금산군은 평균 해발고도가 250m 내외의 산간침식 분지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산과 강이 전체 면적의 72%를 차지한다. 마을의 발달 형태는 평야와 강을 따라 중심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산간 구릉지 주변 마을은 인삼을 주로 재배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농경문화를 간직해 오고 있다.

금산군에는 400여 개가 넘는 골짜기가 있어 오래전부터 마을 이름에 ‘명곡’, ‘길곡’, ‘가마골’, ‘원골’처럼 골짜기를 의미하는 ‘곡(谷)또는 골’자가 붙은 마을이 많다. 이처럼 금산군은 주변지역에 비해 평야지가 부족하고 산지와 구릉지가 많은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주민들은이러한 열악한 농업환경을 지혜롭게 극복하여 물 빠짐이 양호한 산간 구릉지를 따라 인삼 재배포를 만들어 500년 이상 지속적으로 인삼을 재배해 왔다.

이처럼 금산지역은 인삼재배 최적의 지형적, 기후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에 현재도 금산지역 구릉지나 골짜기에서 전통적 인삼재배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Figure1은 금산군 전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11,066개 필지(筆地)18)의 인삼재배지를 인공위성 사진으로 전통적 인삼재배지와 현대식 인삼재배지(논삼)로 구분해서 표시해 놓은 것이다. 적색으로 표시된 영역이 전통적 인삼재배지이며, 파란색으로 표시된 영역이 현대적 인삼재배지이다.

Figure2는 전통적 인삼재배지, 예정지, 휴경+윤작지를 포함한 분포도이며, 그림에 표시된 부분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신청하는 영역(범위)이다. 이처럼 고려인삼농업유산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인삼재배지, 예정지, 휴경+윤작지 면적을 포함하면 총 면적은 1,552h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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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면적(ha) 산출근거
인삼재배 면적 388 - 17년 인삼재배지 D/B 구축사업 결과
- 필지별 상세 조사
예정지 면적 194 - 17년 재배면적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 매년 새롭게 필요한 면적: 재배면적의 1/4, (4년근)
- 예정지 관리 기간 보통 2년
- 따라서 매년 필요한 면적의 2배 필요(재배면적의 1/2)
휴경+윤작지 면적 970 - 휴경+윤작 기간 보통 10년
- 매년 수확해서 휴경+윤작으로 전환되는 면적: 재배면적의 1/4
- 따라서 재배면적 1/4 × 10 (10년)
합계 1,552  

 

 

Figure3은 Figure2 전체 지역 가운데 일부 지역(금산군 부리면)을 확대한 것이다. 또한 Figure 3의 가장 우측에 있는 것은 실제 전통적 인삼재배지 사진이며 예정지, 휴경+윤작지등 농업유산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를 포함한 것이다.

인삼재배지 상부측과 같은 높이(고도)의 주변에는 산림이 위치하며, 하부 평지에는 농경지(논, 밭)와 집락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평지 농경지와 집락과 가까운 곳에 하천 또는 강이 흐르는 곳이 많다. 이렇듯 전통적 인삼재배지(예정지, 휴경+윤작지 포함) 주변에는 산림, 농경지, 집락, 하천(강) 등이 위치하며 인삼재배지와 상호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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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삼재배에는 해가림시설이 필수적인데 이때 주변 산림의 도움을 받는다. 산림의 울창한 숲은 인삼재배지에 천연 해가림을 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산림 속의 식물들은 증산작용을 통해 여름철 인삼재배지의 온도 상승을 억제해 주는 미세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주변 산림에서 나오는 간벌한 나무, 부엽토, 야생풀 등은 해가림시설의 지주목, 덮개를 만드는데 사용되며 야생풀, 부엽토는 인삼예정지에 유기질 퇴비로도 사용된다.

한편 인삼재배지 하부에 위치하는 논에서는 벼를 수확한 후 남겨진 볏짚을 활용하여 해가림시설을 만들고, 유기질 퇴비로도 이용한다. 또한 밭에서는 자운영, 클로버 등 녹비작물을 재배하여 인삼재배 예정지에 공급한다. 인삼 농가가 모여 있는 집락에서는 인삼농업의 풍년을 기원하는 ‘삼장제’와 지력회복을 위해 산림의 야생풀을 모으는 작업을 할 때 행해지는 ‘송계지게놀이’ 등 인삼농업과 관련된 전통의식을 행하고 있다. 인삼농가는 인삼은 물론 인삼밭의 윤작을 통해 콩, 옥수수, 호밀 고추 등을 수확하고, 인삼재배지로 부적합한 산간 구릉지에서는 각종 약초를 재배하면서 생계유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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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재배지 가장 하부에는 하천 또는 강이 흐르고 있는데, 여름철 낮 시간에 하천 또는 강으로부터 인삼재배지로 불어오는 시원한 골바람을 형성해 준다. 이런 골바람은 인삼재배지(해가림시설 내)의 바람 순환에 도움을 주어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인삼이 반음지를 좋아한다는 환경적 특성 때문에 인삼재배지 주변에는 들솔이끼, 표주박이끼 등 선태식물류가 서식하고 있다. 선태식물은 자라면서 생긴 부식토 덕분에 식물들이 뿌리내릴 수 있고, 선태식물 스스로가 작은 동물에게는 안식처와 식량을 제공해 주는 등 건전한 생태계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선태식물류는 토양 퇴적과 형성에 영향을 미쳐 경사지에 조성되어 있는 인삼재배지의 토양 유실 방지에 기여한다.

이렇듯 오랜 기간 동안 인삼 농가는 인삼재배지와 주변 자연환경과의 밀접한 공생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금산전통인삼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